경기 침체에 선별 뚜렷…도시정비 수주 '반토막'
대기업 현지 공장·당국 발주량 증가…수주 급증
메이저 건설사로 일컫는 대형 건설사들의 지난해 국내 도시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수주가 1년 새 반토막 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해외 사업 수주는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
16일 <매일일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국토부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에 공시된 주요건설사 10곳의 국내외 수주 실적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총 20조 406억원의 도시정비사업 수주와 262억5897만 달러(한화 약 34조6050억원)의 해외 수주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정비사업은 전년 대비 46.9% 급감했고 해외 수주는 19.2% 늘었다. 이 가운데 국내 도급공사에 주력하는 롯데건설과 HDC현산을 제외하면 8개 건설사의 총 해외 수주액은 1년 새 48.1% 급증했다.
이는 주택 경기 침체와 공사 원가율 급등으로 각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도정사업 신규 수주가 크게 감소한 반면 이를 만회하기 위한 각 사의 해외 사업 강화 움직임이 본격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로 수년간 움츠려 있던 석유·화학 플랜트 발주가 개시됐고, 사우디 네옴시티를 비롯해 UAE·카타르 등에서 국내 기업들의 대형 수주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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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세계적인 보호 무역 강화로 북미와 유럽 등지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차, LG, SK 등 제조 분야 대기업들이 반도체·자동차·배터리 공장을 잇달아 증설하고 있는 점은 유관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고 확대에 큰 보탬이 됐다.
업체별로 보면, 국내 도시 정비사업에선 포스코이앤씨(0.2%↑)와 삼성물산 건설부문(12.2%↑)을 제외한 8개 대형사들의 수주가 일제히 급감했다. 반대로 해외에서는 포스코이앤씨(-4.2%↓)와 롯데건설(93.3%↓), HDC현대산업개발(100%↓)를 제외한 7개사가 수주 잔고를 대폭 늘렸다.
현대건설은 국내 정비사업에서 전년대비 50.6% 감소한 4조6122억원의 신규 수주를 올렸지만 동기간 해외에선 157.6% 급증한 69억4154만 달러(약 9조1600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현대자동차그룹 내 또다른 건설사인 현대엔지니어링도 지난해 국내 정비사업으로 전년대비 41.0% 감소한 1조2778억원을 기록했지만 해외에선 87.9% 불어난 63억7917만 달러(약 8조4200억원)의 계약액을 달성했다.
시평 3위 대우건설의 지난해 국내 정비 수주도 1년 새 68.0% 줄어든 1조6858억원에 그쳤지만 해외에선 51.3% 늘어난 16억8565만 달러(약 2조2260억원)을 신규 계약했다.
이 밖에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자회사 SK에코엔지니어링 실적 포함)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GS건설은 철근 누락 이슈 등 악재로 지난해 국내 정비사업 수주 실적이 전년 대비 74.8% 쪼그라들었지만 해외 신규계약은 8.5% 늘리는 데 성공했다.
국내 현장에서의 시공 원가율이 2~3년 전보다 10% 넘게 오르면서 평균 90%를 훌쩍 넘어선 가운데 당분간 해외 사업에 방점을 찍는 기조는 확대·강화될 전망이다.
최근 신년사를 내놓은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와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 등 주요 건설사 최고경영자들은 일제히 '해외사업' 확대 의지를 내보인 바 있다.
권한일 기자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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