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 재정이 집값 불안 더 키운다
올해 한국 경제는 대규모 재정 확대 국면에 진입했다. 이에 따른 본예산은 총지출 기준 역대 최대인 729조9000억원 규모로 편성됐고, 경기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논의까지 더해지면서 실제 재정지출은 75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 같은 확장 재정 기조는 소비 둔화와 투자 위축이 겹친 복합적 경기 하강을 완화할 수 있다.
재정 풀수록 집값 견고히 떠받쳐
기업 규제는 아파트 분양비 올려
선심성 돈 풀기와 규제 자제해야
그러나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 신호를 전혀 다르게 받아들인다. 재정 확대가 통화의 유동성을 높여 부동산 가격의 하방을 지지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가격 안정에 필요한 심리적 긴장감이 느슨해지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정부가 재정 확대로 경기 하락을 방어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로 인해 부동산 시장의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강해지는 것을 방치한다면, 재정 확대의 효과는 오히려 희석되고 장기적 부담만 커지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순한 규제 강화나 억압적 가격 통제는 부동산 시장 불안을 더 키울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오히려 공급 측면의 비용을 낮추고 시장의 구조적 비효율을 해소해 분양가 상승 압력을 근본적으로 낮추는 방향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현재 분양가 상승의 상당 부분은 건설사의 인건비 부담 증가, 안전 규제 준수 비용 확대 등 공급 비용 증가 요인이 누적된 결과다. 특히 주 52시간제, 중대재해처벌법 그리고 노란봉투법은 건설 현장에서 비용을 상승시키는 핵심 요소로 지적된다. 지난 연말 다녀온 베트남을 보자. 호텔 바로 앞에서 야간·새벽·주말 가릴 것 없이 불야성을 이루며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건설업은 레버리지, 즉 적은 자기자본으로 더 큰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차입금을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남의 돈이기에 공사 기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금융비용, 장비 임대비용, 인건비 상승은 필연적이다. 52시간제는 건설 현장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인력 투입의 경직성을 높였고, 이는 생산성 저하와 비용 증가를 초래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역시 안전 확보라는 대의에는 이견이 없지만, 과도한 형사 책임 부담과 영업정지는 비용을 증가시키고 현장 운영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만들었다. 노란봉투법 역시 원청업체의 인건비 상승을 초래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안전이라는 명분 아래 도입됐으나, 건설 현장에서는 결국 분양가 상승 요인의 일부로 전가되고 있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이 필요로 하는 것은 ‘수요 억제’가 아닌 ‘공급 비용 합리화’다. 규제 완화는 결코 안전이나 노동권의 후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법과 제도의 취지를 유지하면서도 현장의 현실을 반영한 합리적 조정이 가능하다면, 공급 측 압력을 줄이고 가격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상근 서강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리셋코리아 부동산분과 위원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6718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