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AI 3대 강국 실현’을 국가 전략 목표로 제시하고, 2025년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을 글로벌 AI 인프라 허브로 도약시키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최근 엔비디아가 한국 정부ㆍ기업에 26만 장의 GPU 공급을 약속하며 기반 마련에 속도가 붙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GPU 확보 다음은 전력 인프라”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미국도 직면하고 있다. 미국 빅테크는 대응책으로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등 분산형 ‘온사이트 발전’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SOFC 연료전지는 도시가스 인프라만 있으면 수개월 내 구축할 수 있고, 송전망을 거치지 않아 전력망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전력 부하가 순간적으로 급증하는 AI 워크로드의 특성을 안정적으로 견딜 수 있는 고효율ㆍ고품질 전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가 산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는 기존 전력망 기반 전원보다 출력 품질 유지가 용이해, 데이터센터 가동 안정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이러한 장점이 실제 사례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오라클은 최근 AI 데이터센터 전력원으로 블룸에너지의 연료전지를 도입하기로 결정했으며, 에퀴닉스도 미국 6개 주 19개 이상의 시설에서 100MW 이상 규모의 블룸에너지 연료전지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미국 전력회사 AEP는 최대 1GW 규모의 블룸에너지 연료전지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데이터센터 용 온 사이트 (on-site) 발전을 송전망 이슈 돌파구로 채택했다. 지난 10월에 글로벌 자산운용사 브룩필드가 블룸에너지와 최대 50억 달러 규모의 파트너십을 맺은 것도 급증하는 AI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대형 투자로 해석된다. 이에 따른 현상으로 최근 블룸에너지 미국 주가가 지난 11월 초 지난 1년간 10배 이상을 상회하는 상당한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신규 데이터센터 수요가 수도권에 80% 이상 집중된 상황도 문제를 키우고 있다. 수도권 중심의 전력 수요 및 송전망 부담이 커지면서, 필요한 전력을 적시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전문가들은 연료전지를 활용한 전력 확보가 전력망에 의존하지 않아 데이터센터를 지역 관계없이 설치할 수 있는 선택지의 폭을 넓혀 준다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GPU 확보 경쟁이 이미 글로벌 수준에서 본격화된 만큼, 이를 실제 데이터센터 경쟁력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안정적 전력 인프라 마련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국내 전문가들도 시급한 전력확보가 핵심이란 데 의견을 같이한다. 특히 AI 시대의 전력 품질 요구 수준이 높아지는 만큼, 연료전지를 통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확보하는 선택이 한국 AI 산업의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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