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환율이 급등하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미 통상협상이 타결되면 환율이 1300원대로 낮아질 것이 기대됐으나 예상과 달리 환율은 1450원 선을 넘나들고 있다. 환율 상승은 수출에는 긍정적이지만 인플레이션과 내수경기 침체를 초래하고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을 유출시키는 비용을 불러온다. 무엇보다도 환율은 그 나라 경제 신인도를 나타내는 지표라는 점에서 정책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환율상승 원인은 미국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으로 인한 달러 강세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내적 요인이 더 크다. 해외 주식과 직접투자 증가로 달러 수요가 크게 늘고 있으며 차익 실현을 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환차손을 우려해 주식을 대량 매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내국인의 국내 투자가 늘어나고 외국인 매도세가 줄어야 환율이 안정될 수 있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제도 개혁도 필요하다. 자본자유화와 디지털화로 투자시장은 과거와 달리 글로벌화되고 있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과도한 조세나 불합리한 노동제도는 기업의 해외투자를 증가시키고 외국인의 국내 투자를 감소시킨다. 주가조작과 같은 불공정거래 또한 해외투자를 늘리는 요인이다. 결국 지금과 같이 내수경기는 침체되고 고용 역시 감소하면서 저성장과 고환율의 덫에 빠질 수 있다. 정책당국은 주가조작 등 금융 범죄를 미국과 같이 엄단해 공정거래 관행을 정착시키고, 정치권은 변화된 투자환경을 인식해서 기업투자와 긴밀한 관계에 있는 조세와 노동 관련 법과 제도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개선해야한다.
마지막으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경제는 최근 부동산, 노동, 투자 관련 법과 제도를 자주 변경해 왔다. 정책의 빈번한 변경은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인다. 여기에 경제가 특정 정치 이념의 영향을 받는 것도 경제의 불안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합법적, 불법적 자본이탈을 증가시키고 환율을 높일 수 있다. 환율안정을 위해 정책당국은 일관성 있는 정책을 유지하고 경제의 정치화를 극복해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
한국 경제는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맞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으로 미국은 중국의 수출을 규제하고 있으며 미국 내 제조업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대중국 수출규제는 1980년대 후반 미국의 대일본 반도체 수출규제와 유사하다. 당시 미국의 통상규제로 한국과 대만은 지금과 같이 반도체 강국이 될 수 있었다. 이번 통상환경의 변화 또한 중국의 추격으로 경쟁력을 잃고 있는 한국의 조선과 철강산업이 재도약해 환율이 안정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반면에 고령화의 진전과 고용 감소로 인한 유동성 증가, 주택가격 양극화와 경제의 불확실성 증대는 환율을 높이는 요인이다. 한국 경제는 기회를 극대화하고 도전을 효율적으로 극복해 환율을 안정시켜야 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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