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부동산을 팔지 않고 자식에게 물려주는 다주택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값 지속 상승과 부동산 세금 강화 움직임 예상되면서 증여 시점을 앞당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4일 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에서 부동산 증여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한 수증인(내국인)은 2107명으로, 이난 전월(1462명)보다 44.1% 늘어난 수치다. 서울에서 증여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 신청자 수가 월간 기준 2000명을 넘긴 건 2022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올해 1~8월 월 평균(1514.1명)과 지난해 동월(966명)보다도 각각 39.2%, 118.1% 급증했다.
주택 등 집합건물 증여는 보유세 부담이 급증한 2020∼2022년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 2023년 들어 수요가 감소했다. 증여 취득세 과세표준이 종전 시가표준액(공시가격)에서 시가 인정액(매매사례가액·감정평가액·경매 및 공매 금액)으로 바뀌면서 세부담이 커지자 증여 수요도 줄어든 것이다.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부진하던 일반 거래 시장이 2023년부터 살아나고 윤석열 정부에서 보유세 부담을 낮춰준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 세무업계 관계자는 “최근 세금에 민감한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집을 팔아야 하는지, 증여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상담이 늘고 있다”며 “가격이 높은 아파트는 증여취득세 부담이 크기 때문에 비아파트 증여도 많이 고려한다”고 말했다.
전국 1037건 중 93% 서울에서
전국적으로 늘어난 1037건의 증여 중 93%가량은 서울에서 이뤄졌다. 특히 다주택자나 고가주택 위주로 증가세가 뚜렷했다.
서울 구별로 보면 올해 1∼9월 강남구의 증여 건수가 507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양천구 396건, 송파구 395건, 서초구 378건 등 강남3구 위주로 증여 거래가 많았다.
시장에서는 증여취득세 부담이 큰 데도 증여가 늘어나는 것은 최근 정부 당국자들이 보유세 등 증세 필요성을 언급한 것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6·27 대출규제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해서 오르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지난 8월 “부동산 시장 안정이나 주거 복지를 위한 일이라면 그 수단이 제약돼선 안 된다”면서 정부가 세금 정책을 쓰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가능하면 세제를 부동산 시장에 쓰는 것은 신중히 추진하겠다”면서 “무슨 정책은 100% 하지 않는다는 말은 맞지 않는다. 부동산 상황이나 응능부담(能力負擔·납세자의 부담능력에 맞는 과세) 원칙 등을 보며 필요하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보유세 인상을 결정할 정책라인들이 일제히 증세를 언급한 것을 두고 대통령 공약을 자연스럽게 뒤집기 위한 ‘군불때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한다.
국민일보 edited by kcontents
이번주 발표되는 부동산 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 확대가 유력한 가운데 조정대상지역에선 다주택자의 양도세·취득세·종합부동세 등 세부담이 커진다.
전문가들 사이에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당장 증세를 본격화하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다만 이미 서울 아파트는 올해 매매가격이 많이 올라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건드리지 않아도 시세 상승분만큼 공시가격이 오르고, 이에 따른 보유세 인상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현재 69%인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80%로 상향하는 방안과 현재 종부세 기준 60%, 재산세 기준 40∼45%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각각 80%, 60%로 높일 경우 세부담 상한까지 보유세가 늘어나는 단지가 늘어늘 것으로 보인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