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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원전이 최종 계약될 수 밖에 없는 이유


경쟁자가 없다!

체코 우선협상대상자 된 한수원
맞춤형 설계·입찰일정 준수
품질 안전·우수성 입증받아

  현시점에서 원자력발전소 수출 능력을 갖춘 국가 수는 한쪽 손가락 남짓이다. 미국·러시아·프랑스·중국·일본 등 5개국 외에 나머지 한 곳이 한국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는 러시아,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로 한때 모든 원전 가동을 중단한 이력이 있는 일본, 아직 국제적으로 안전성 의심을 받는 중국 등 수출 여건이 불리한 나라들을 제외한다고 해도 미국, 프랑스와의 원전 수출 경쟁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국내 유일의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주축이 된 팀코리아가 지난 7월 체코 두코바니 5·6호기 신규원전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단독 선정된 것은 한국 원전의 뛰어난 경쟁력을 입증한 것이다.

건설예정 지역 찾아 봉사하고
아이스하키팀 후원하며 교류
현지 지자체장들 지지 성명도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의 이번 수주 성과는 그동안 원전 건설 및 운영 과정에서 쌓아온 경쟁력과 현지 신뢰 구축의 결실로 요약된다. 우선 한국의 원전 건설 및 운영 능력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입증된 것으로 평가된다. 1970년대 원전 도입과 함께 50여 년간 국내외에서 원전을 건설하고 운영하며 기술력을 확인했고, 특히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에서 보여준 ‘On Time On Budget’(기한·예산 내에 프로젝트 완료) 능력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번 수주 과정에서도 한수원은 발주사가 정한 일정을 준수한 유일한 입찰 참여사였다. 입찰서 제출 일정 연기를 요청했던 경쟁사들과 달리 한수원은 유일하게 정해진 일정대로 입찰서를 제출했다. 이에 체코 정부 고위관계자는 “한국 친구들은 입찰서 제출에 있어서도 ‘On Time On Budget’ 능력을 보여줬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발주처의 요구에 따라 맞춤형으로 노형(爐型, 원자로의 형태)을 제시할 수 있는 설계역량도 주효했다. 국내 신한울 1·2호기를 비롯해 UAE 원전에도 적용된 노형은 1400㎿급의 ‘APR1400’이다. 그러나 한수원은 한국보다 전력 사용량이 적어 1200㎿ 이하 용량의 원전을 필요로 하는 체코 측의 요구에 따라 맞춤형으로 개발된 1000㎿급 ‘APR1000’ 노형을 제시했다. APR1000 노형은 2023년 3월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을 취득, 유럽에서 인허가성과 안전성을 입증받았다.

기술적 경쟁력 외에도 현지에서 이뤄진 다양한 수주활동 역시 효과적이었다. 한수원은 체코가 신규원전사업 계획을 발표한 이후 원전 건설 예정지역을 대상으로 차별화된 수주활동을 펼쳤다. 해마다 대학생 등으로 구성된 글로벌봉사단이 신규원전 예정지역 인근에서 봉사활동과 문화교류활동을 진행했다. 또 지역에 연고를 둔 아이스하키팀을 후원하는 등 사업지역과의 유대감을 강화해왔다. 이렇게 진정성을 갖고 소통한 덕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둔 지난 6월 해당 지방자치단체장들은 한수원을 지지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한수원은 또 현지 기업들과의 관계도 돈독히 하며 지지를 얻어냈다. 원전 건설을 위해서는 현지 기업들과의 협력도 필수적이라고 판단해 ‘한·체 원자력 및 문화교류의 날’ ‘한국 원자력 및 첨단산업의 날’ 같은 행사를 통해 현지 기업들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협력을 강화한 것이다.


아울러 한수원과 함께 입찰서 작성에 참여한 한국전력기술과 한국전력원자력연료, 한전KPS, 대우건설, 두산에너빌리티도 입찰 기간 한 팀으로서 각종 수주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정상 차원의 원전 세일즈 활동과 함께 정부도 전방위 지원활동을 펼치며 수주경쟁에 힘을 실어줬다.


체코 측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수원은 발주처와 단독으로 원전 건설을 위한 계약조건을 최종 조율하는 협상권을 갖는다. 체코는 한수원과의 협상을 거쳐 2025년 3월 최종 계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두코바니 5호기만 건설 예정이었던 체코는 올해 1월 최대 4기 건설의 여지가 있음을 공표하고 입찰 참여사들에 입찰서를 수정해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수원은 협상에 따라 최대 4기의 원전을 건설할 수도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안보 확보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원자력 확대 움직임이 있는 가운데 한수원이 유럽 진출의 가능성을 높이며 향후 추가적인 원전 수주의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국내 기업들의 동반 진출을 통해 그동안 국내 건설에 머물렀던 원전 생태계에도 새로운 활력이 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체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신규원전건설의 계약 체결까지 성공해 2009년 UAE의 감동을 다시 국민께 선사하고 싶다”며 “우리가 원전 기술을 전수받았던 유럽으로 ‘K-원전’이 역진출할 수 있도록 끝까지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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