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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들면 운동해도 살찌는 이유


'20대 중반~60세의 대사는 거의 변화하지 않는다'

체중은 제로섬 게임
공급과 소비의 불균형 때문
(편집자주)

 일반적으로 40~50대 중년이 되면 살이 찐다. 소위 뱃살이 붙고 몸무게가 늘어 20대 때보다 15~20㎏이 더 나간다.

건강검진 결과도 좋지 않다. 혈압이나 공복혈당, 이상지질혈증(중성지방 높고 HDL 콜레스테롤 낮음) 수치가 높아 대사증후군이 의심된다는 '경고'를 받게 된다. 대사증후군은 허리둘레(남성 90㎝, 여성 85㎝ 이상), 고혈압(수축기 혈압 130㎜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 85㎜Hg 이상), 공복혈당(100㎎/㎗), 중성지방(150㎎/㎗ 이상), HDL(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남성 40㎎/㎗, 여성 50㎎/㎗ 미만 이하) 등 다섯 가지 위험 요인 중 세 가지 이상을 가지고 있으면 진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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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상당수 중년이 살빼기(다이어트)에 도전한다. 굶어도 보고 집 주변을 걸으며 열심히 운동을 한다. 그러나 살빼기는 그리 녹록지 않다. 이에 "젊었던 20~30대 시절에는 배불리 먹고 별로 움직이지 않아도 살이 찌지 않았는데, 나이를 먹으니 젊을 때만큼 대사(代謝)가 안돼 살이 잘 빠지지 않는다"는 변명과 함께 낙담하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핑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세계 29개국에서 80명 이상으로 구성된 과학팀이 생후 8일에서 95세까지 남녀 6421명의 총에너지 소비량을 두고 '이중표지수법(二重標識水法)'이라는 방법으로 5년에 걸쳐 국제 공동조사를 진행한 결과, 20대 중반부터 60세 전후까지 하루 총에너지 소비량이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체격을 고려해 조정해도 20~60대의 총에너지 소비량에는 변화가 거의 없었다. 60대 이후에 에너지 소비량이 떨어졌다. 대사능력은 20대 중반이나 60세나 별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선진국, 저소득국, 고지에 거주하는 사람, 수렵·채집 생활을 하는 사람 등 각국의 다양한 환경에 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엄격한 측정법을 적용했다. 이중표지수법은 에너지 소비량이나 신체 활동량을 평가하기 위해 만든 조사 기법으로, 일상생활의 에너지 소비량을 측정할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연구 결과는 2021년 국제 과학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실렸다.

그동안 대사는 나이가 들면서 떨어진다는 게 통설이었다. 즉 30대, 40대, 50대로 접어들면서 갈수록 대사가 저하되는 것이 중년의 살찌는 원인이라고 여겨져왔다. 그러나 '20대 중반~60세의 대사는 거의 변화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이 같은 통념을 바꾼 것이다. 이는 기초대사의 변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대사 연구는 총에너지 소비량의 50~70%를 차지하는 기초대사에 초점이 맞춰져왔다. 기초대사(basal metabolism)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 대사를 말한다.

우리가 살아가려면 온몸이 기능하기 위한 에너지가 필요하며 그 에너지는 식사를 통해 이뤄진다. 이를 '섭취에너지(ingested energy)'라고 한다. 섭취해 얻은 에너지는 몸을 움직이기 위해 사용하는데, 이를 '소비에너지(consumption energy)'라고 칭한다. 쉽게 말하자면 체중 변화는 이 섭취에너지와 소비에너지의 차이로 결정된다. 하루 섭취량과 소비량이 같으면 체중 변화가 없고, 섭취량이 소비량을 웃돌면 살이 찌고, 반대로 밑돌면 살이 빠지는 구조가 된다. 에너지 소비는 대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사는 '기초대사(가만히 있어도 몸 안의 장기에 의해 소모되는 에너지)' '활동대사(몸을 움직여서 소비되는 에너지)' '식사유발성 열생산(식사 후 소화 흡수 때 체열이 만들어져 소비되는 에너지)' 등 세 가지가 있다. 이들의 총량이 총대사량, 즉 총에너지 소비량이 된다.


그렇다면 대사가 떨어지지 않는데 중년은 무엇 때문에 살이 찌고 복부비만으로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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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게이자이신문은 '총에너지 소비량 국제공동 연구팀'에 참여한 야마다 요스케 일본 고베대 대학원 보건학 연구과 준교수(국립연구개발법인 의약기반·건강·영양연구소 신체활동연구부 운동 가이드라인 연구실장)의 분석을 게재했다. 야마다 교수는 중년이 살찌는 진짜 원인으로 네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 원인은 '아주 조금이지만 매일 과식하는 습관'이다. 아주 조금이지만 매일 총소비에너지를 웃도는 총섭취칼로리가 쌓이면 비만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면 하루 단 10㎉를 과잉 섭취해도 이것이 20년 동안 계속되면 체중이 10㎏ 늘어난다는 게 야마다 교수의 주장이다. 체중이 하루 1.4g 증가한다는 계산이지만 매일 살이 찌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기 쉽지 않다. 그는 "우리 몸은 원래 10㎉를 넘는 정도는 체중 변화가 없도록 자동으로 균형을 맞추게 돼 있다. 그러나 그 균형 기능은 항상 활동하고 있다는 전제조건 아래 이뤄지는 것이다. 많은 현대인은 '잘 움직이지 않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인간 본래의 균형 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총에너지 섭취량=총에너지 소비량'을 맞출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매일 10㎉를 과잉 섭취해도 체중이 서서히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명절, 연휴, 주말, 생일, 회식 등과 같이 '과식'에 노출되기 쉬운 시기 역시 조심해야 한다. 체중은 겨울이 되면 증가하기 쉽고, 특히 크리스마스를 끼고 있는 12월 20일께부터 연초까지 휴가를 가는 사람이 많은데 이 기간에 진수성찬을 먹는 습관이 있기 때문에 몸무게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휴일에 의한 체중 증가는 '홀리데이 웨이트 게인(holiday weight gain)'이라고 부른다. 유럽에서 주간(1421명), 휴일(1062명), 계절(1242명)의 체중 변화를 분석한 결과 토요일, 일요일, 월요일에 걸쳐 체중이 증가하고, 수·목요일에 감소하는 뚜렷한 형태를 보였다.


두 번째 원인은 '잘 움직이지 않는 생활습관'이다. 이는 중장년이 될수록 그 경향이 강해진다. 20대는 자주 걷고 주말에도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하지만 중년이 되면 걷기보다 전철이나 버스, 택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고 휴일에는 집에서 편히 쉬려는 경향이 있다. 횡단보도에서 신호가 깜빡여도 달려가서 빨리 건너려 하지 않는다. 실제로 일본의 사례를 보면 나이가 들며 평균 걸음 수가 줄어든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2019년 국민건강·영양조사 보고'를 보면 20대 남성의 걸음 수가 평균 8301보인 반면 60대는 6759보로 1542보가 감소한다. 걸음 수 감소는 총에너지 소비량 감소로 이어진다. 사무직 30대 남성의 하루 총에너지 소비량이 약 2800㎉이지만 동년배의 재택근무자는 약 2400㎉로 줄어든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기에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확찐자(몸무게 급증)'가 늘어난 것도 일맥상통한다.

세 번째 원인은 '근육의 질(質) 퇴화'다. 20대와 중장년의 근육 질은 다르다. 근세포(근섬유)는 근육조직을 구성하는 수축성을 가진 섬유상 세포로, 20대는 촘촘하지만 중년은 듬성듬성해지고 딱딱하게 굳어 그 틈새에 지방이나 여분의 수분이 쌓인다.

근육의 질이 나빠지면 설사 몸을 움직여도 에너지가 소비되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스포츠 선수의 최정점 연령이 30세 무렵이라고 하는 이유는 훈련을 통해 근육량을 유지하고 있어도 근육의 질을 유지하기 어려워 퍼포먼스(성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근육의 질은 평소 제대로 걷는 사람일수록 좋다고 확인되고 있다. 근육의 질이 저하되면 근육의 순발력이 줄어들고 움직이기 힘들어지면서 활력이 떨어지게 된다. 활력이 저하되면 걸음 수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네 번째 원인은 주로 쇄골 부근이나 가슴 주위에 존재하며 지방을 태워 열을 만들어내는 '갈색지방세포의 감소'다. 살이 찌게 되면 가장 먼저 지방(체지방)이 복부에 쌓인다. 체지방이 위나 소장 등 장기 옆에 쌓이면 '내장지방', 복부 피하에 쌓이면 '피하지방'이라고 한다. 피하지방은 주로 여성에게 많고 만져보면 푹신하고 손가락으로 두껍게 잡힌다. 내장지방은 뱃속 장기 주위에 축적돼 쉽게 빠지지 않는다.

 '백색지방세포(白色脂肪細胞·white fat cell)' edited by kcontents

내장·피하지방은 저장된 지방세포의 역할과 기능에 따라 '백색지방세포(白色脂肪細胞·white fat cell)'와 베이지색을 띤 '갈색지방세포(褐色脂肪細胞·brown fat cell)'로 나뉜다. 백색지방세포는 에너지 저장 및 극한 온도를 차단해 몸을 보호하는 단열 작용, 유연한 장기를 보호하는 쿠션 역할을 한다. 갈색지방세포는 추울 때 체온을 유지해주고 몸 안의 칼로리를 연소하도록 도와준다. 특히 추울수록 갈색지방세포는 활성화된다. 갈색지방세포는 유년기부터 20대까지는 존재하지만 30~40대에는 거의 사라진다. 야마다 교수는 "젊은 시절과 중년기의 대사는 변하지 않아도 지방을 태우는 힘이 약해진다"면서 "같은 과식을 해도 중년기는 젊었을 때보다 한층 더 지방 축적이 쉽게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갈색지방세포는 추운 시기에 밖에 나가 활동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활성화되지만, 현대인은 어려서부터 난방시설이 잘된 곳에서 생활해 갈색지방세포가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

이처럼 중년이 살 찌는 원인은 대사능력의 저하가 아니다. 결국 비만 탈출은 총에너지 소비량을 늘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금보다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지 않도록 하고, 신체활동(생활활동+운동)을 더 많이 늘려야 한다.

중년은 걷기 또는 그와 동등한 신체활동을 하루 60분 이상(하루 8000보 이상)하고 운동은 숨이 차고 땀이 날 정도로 주 60분 이상(근육운동은 주 2~3일) 한다. 고령자는 하루 40분 이상(하루 6000보 이상) 걷기 또는 그와 동등한 신체활동을 한다. 운동은 주 2~3일 근력운동을 포함해 유산소운동, 밸런스운동, 유연운동(스트레칭)을 주 3일 이상 하는 것이 좋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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