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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말하는 일본인...차별인가?


처음보는데 반말한다?
일본어 잘 못하는 외국인에게 반말 세례?

그럼 같이 반말로 대응해야

상황에 따라 존대말 반말 섞어서 쓰기도
왜 반말하냐 되물으면 '스미마셍'하기도

  일본에 살면서 이따금 기분 나쁠 때가 있다. 한국에 대한 비하나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방송이나 사람을 볼 때가 그렇다. (요즘은 그 정도가 줄어들었기는 하지만)

하지만 그중 가장 불편했던 것은 바로 대뜸 '반말'을 쓰는 일본인들의 존재이다.

아직 일본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다카다노바바(高田馬場)의 한 상점에 들어갔다. 유심히 물건을 살펴보던 나에게 "뭐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라고 물어본 점원. 그러자 그냥 둘러본다고 말을 꺼냈는데 말투에서 단번에 외국인인걸 눈치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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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어때?"

조금 전까지 (분명) 존대하던 점원이 갑자기 반말을 쓰기 시작했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면 그나마 이해를 하지, 나이도 대략 동년배. 뭐라도 하나 사서 나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반말을 들으니 기분이 나빠졌다. 무시당하는 기분마저 들었고 나도 됐다고(いいよ) 말하고 그 가게를 나왔다.

후일 한국인 커뮤니티나 지인들을 통해서 들은 이야기로는 외국인에게 일부러 반말을 하는 경우들이 더러 있다고 했다. 그중에는 영어에 존댓말이 없기 때문에 외국인에게는 반말을 쓰기도 한다고.

그 이후로도 수차례 반말 하는 일본인들과 마주했다. 일반 점포뿐만 아니라 관광서들도 마찬가지. 비자를 갱신하러 방문한 입국관리국 담당직원들 중에도 반말을 쓰는 사람들이 더러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일본 TV 방송을 보는데 배우가 취재 기자에게 반말로 대답을 한다. 나름 인지도 있는 배우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반말로 대답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갑자기 존댓말을 썼다.

그리고 비즈니스 장면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목격한 일이 있다. 젊은 사원이 중년의 상사에게 반말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속으로는 '쟤가 미쳤나...?' 싶었는데 어느 시점에서 다시 존댓말을 쓰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대화 당사자들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오로지 혼란스러워하는 것은 외국인인 나뿐인 것 같았다.

위 두 가지 사례는 비슷하지만 또 다른 면이 있다. 처음부터 반말을 쓰기로 작정한 경우와 대화 중에 필요에 의해 반말을 쓰는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는 점이가.

당연히 대놓고 반말을 하는 경우는 문제가 있지만 후자의 경우는 참 아이러니 하다. 어떤 이유로 이 사람은 반말을 썼을까?

via youtu.be


시각을 조금 바꾸어 생각해보니 일본인이 대화 중 반말을 쓰는 것이 어쩌면 '무시'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고 필요에 따라 사용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교과서에 등장하지 않는 일본언어문화 중 하나 일지도 모른다. 외국인이라면 알기 어려운 그런 것.

추측해 보건대 일본의 안과 밖(우치와 소토)이라는 개념이 그대로 언어에도 적용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일본인 화자가 안(内), 즉 자기 자신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할 경우는 '반말'을 밖(外), 즉 외부사람과 상호 교류가 필요한 장면에서는 '존댓말'을 선택적으로 쓰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걸 베이스로 두고 일본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을 바라보게 되니 드라마든 실생활이든 난데없이 등장하는 반말에 당황스러워하는 일은 줄어들었다.

다만 내 돈 주고 서비스받는 자리에서만큼은 존대를 지켜줬으면 좋겠다. 나도 일본어 존댓말로, 거기다가 돈까지 주고 서비스를 요청했으면 최소한 존댓말로 돌아오는 게 인지상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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