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붕괴 다가온다"는 전문가 그룹의 경보 발령
미래 전력 수급을 이렇게까지 비관적으로 보고 있을 줄
"향후 10년 빅 쇼크 온다"
대개조 필요하지만 뭣부터 매듭 풀지 앞이 캄캄
지난주 에너지 전문가들의 토론 모임에 참여했다. 10여 명이 자리를 같이했고 일종의 스터디 모임이어서 가식 없는 얘기들이 오갔다. 단국대 조홍종 교수가 발제를 맡았는데, 5월 31일 공개된 전력수급(15년)기본계획 실무안이 테마였다. 2038년까지 태양광·풍력을 현재의 5배(23GW→115GW)로 늘리고 대형 원전 3기를 더 짓겠다는 계획이다. 토론에서 “계획이 실현될 거라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말이 여러 차례 나왔다. 전문가들은 안정적 전력 공급 전망을 굉장히 비관적으로 보고 있었다. 향후 10여 년 사이 무슨 큰 사태가 벌어질 것 같다는 것이다. 어디서부터 꼬인 매듭을 풀어야 할지 막막하다고들 했다.
전임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 ‘2050년 탄소 중립’이란 대말뚝을 박아놨다.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데 그걸 무탄소 전력으로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2021년부터 태양광 증설 속도는 눈에 띄게 떨어졌다. 쉬운 입지의 ‘낮게 달린 과일’이 고갈된 것이다. 태양광을 획기적으로 늘리려면 이격 거리 규제(도로·주거 밀접지 일정 거리 이내 태양광 제한)가 완화돼야 한다. 지자체들이 주민 의견을 반영해 조례로 시행하고 있는 걸 어떻게 바꿀지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수도권에서 국내 전기의 45%를 쓴다. 대부분 석탄·LNG 전기다. 전영환 교수(홍익대)는 “그걸 무탄소 전원으로 대체해야 하는데 수도권에 원전이나 태양광 지을 게 아니라면 다 지방에서 가져와야 한다. 무슨 방법으로 하느냐”고 했다. 전 교수는 “(태양광·풍력을 5배는커녕) 10GW라도 늘릴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지방 태양광 단지에서 수도권으로 전기를 보낼 송전망이 없는데 누구더러 태양광을 더 지으라고 하느냐는 것이다.
동해안 8개 민간 석탄발전소가 올 들어 발전 제약으로 입은 손실액이 3000억원이라고 한다. 송전망이 포화되자 원전 전기를 먼저 보내려고 석탄발전소엔 송전선을 개방하지 않는 것이다. 진작 개통됐어야 할 동해안~신가평 HVDC 송전선 건설이 지지부진한 탓이다. 모임 브레이크타임 때 한 참석자는 “HVDC는 원전 전기를 운반하겠다며 짓기 시작했다. 그걸 성사 못 시켰으면 원전 가동을 멈춰야지 왜 석탄발전소를 못 돌리게 하냐”고 했다. 토론에서도 “(편의적 송전망 운용이) 결국 공정 거래 이슈, 또는 사법적 문제로 갈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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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정부가 전기 요금을 틀어쥐고 발전 설비 증설 하나하나까지 개입하는 중앙집권적 시스템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경직적 구조로는 위기 극복이 요원하다고 했다. 그런데도 공무원 사회는 1~2년 자리 지키다 가겠다는 보신주의가 여전하다. 정치 싸움 선수인 국회는 전력망특별법, 해상풍력특별법 같은 제도적 해법을 방치해왔다. 토론을 보고 갖게 된 느낌은 전력 붕괴의 먹구름이 몰려오는데 폭탄 돌리기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삼희 환경칼럼니스트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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