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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자본 구축과 위험관리 수단: 건설보증



건설·부동산산업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인간 삶을 윤택하게 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산업의 일반적 개념 위에 건설·부동산산업이 창출하는 많은 종류의 재화와 서비스를 관통하는 개념을 덧대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행 국내총생산(GDP) 산출에 계상되는 건설생산물의 종류에는 우리가 익히 아는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을 비롯, 7가지 중분류와 20여 가지의 하위분류를 두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는 100가지 이상의 건설생산물이 있습니다. 그중에는 아파트와 같은 주거용 건축물은 물론 장례묘지시설, 송배전시설, 동식물 축사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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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도와 목적이 다양한 이 시설들이 사람에게 주는 공통된 의미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건설부동산 산업이 사람에게 필요한 직·간접 ‘공간’을 창출한다는 사실로 수렴됩니다. 공간을 창출하는 작업은 대개 토지에 그 정착물을 구축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또한 완성되기까지 일정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시간은 공간 완성의 조건이면서 중립적으로는 변화가능성을 내재합니다. 물론 이 변화가능성이 시간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결과 중 실패를 배제하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건설보증의 유래와 기능
경제활동의 과정 또는 결과로 맞이하는 다양한 거래에는 시간을 비롯한 불확실성의 요인이 너무나도 많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인간은 유사 이래 이 변화가능성, 특히 실패위험으로부터 벗어나려 노력해왔습니다.

우리가 현재 활용하는 ‘보증, 보험, 공제’ 등은 이 변화가능성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 강구돼온 것입니다. 요컨대 인간의 경제활동에는 시간, 공간, 인간(객체와 주체)이라는 위험요인이 필연적으로 내재하고 이를 관리하기 위해 인간은 늘 새로운 거래수단을 강구하는 도전의 역사를 살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보증은 위에서 열거한 수단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함무라비법전과 구약성서에도 지급보증, 신원보증 등 다수의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보증이 이처럼 오래도록 활용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이렇다할 금융제도와 물적담보가 없던 시절 주변으로부터 보증인을 구할 수 있다는 접근의 편의성과 현실적으로 채무불이행이 발생되기 전까지 보증인에 대한 채무이행을 강제하지 않는다는 조건성(contingent claim)이 바로 그것입니다.

건설·부동산 사업에 활용된 위험관리 수단 중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사용되는 건설보증의 경우 이미 로마시대부터 그 흔적이 발견됩니다. 기원전 106년 로마의 관문을 짓는 건설공사 입찰 공고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공사계약을 수주하고자 하는 자는 행정관리들이 만족할 정도의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자를 보증인으로 제공해야 한다” (Whoever shall be awarded the contract shall furnish bondsmen secured by real estate to the satisfaction of the magistrates)” J. Harry Cross(1963), "Suretyship is Not Insurance", Insurance Counsel Journal,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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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제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건설공사가 갖는 미래 불확실성, 즉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으로 공사가 완성되지 못할 위험에 대비해 채무자와 같은 수준의 역량을 갖춘 제3자 보증인이 요구되었던 것입니다. 이는 마치 약 20여 년 전까지 우리 업계에 존속했던 시공연대보증인 제도와 흡사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보증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아니 정확하게 보증의 편익은 누가 가지는 것일 까요? 채권자 입장에서 채무자가 부실해져 채권이 실현되지 못할 위험을 보증인을 통해 막을 수 있으므로 안전장치를 하나 얻게 된 셈입니다. 그러므로 보증은 대체로 채권자를 위한 수단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러나 보증은 채무자를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채무자는 자신의 신용만으로 채권자와 계약을 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보증인의 개입(신용보강)으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보증은 채권자의 담보이자 채무자의 신용을 보완하는 장치로 양면적 기능을 수행합니다.

건설보증의 종류와 국내의 건설보증
건설보증은 19세기 이래로 각국의 재정관련법에 등장합니다. 국가별로 보호대상 채권의 종류와 규모가 차이가 있습니다만 대개 공공자금인 국가재정으로 집행되는 공공공사에서 재정집행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건설보증이 제도화된 것입니다.

미국의 슈어티본드(Surety Bond)나 일본의 전불금 보증, 프랑스의 기성금 유보, 영국의 요구불(무)조건부 보증 등은 그 미세 차이에 불구하고 현재 건설부동산 산업을 비롯한 수주산업 분야에서 채권자의 채권실현을 담보하는 수단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 연원은 공공자금인 국가재정(예산)의 안정적 활용에서 기원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제시한 각국의 건설보증은 현재로선 보호대상 채권, 주채무(주계약)의 성질과 이를 보증한 보증채무의 이행방식 등을 기준으로 종-차가 혼재된 일종의 상징적(symbolic) 용어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개념과 의미는 후속 기고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예컨대 건설시공 분야에서 폭넓은 활용 사례를 보이는 ‘이행보증(Performance Bond)’의 경우 일본·우리나라, 북미, 유럽에서 보증규모와 보증채무의 이행방식 측면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주채무(공사완성의무) 이행을 목적으로 한다는 공통적 속성에 기해 일반적으로 이행보증이라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국내의 건설보증도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가재정의 안정성 유지라는 목적에서 출발했습니다. 1951년 제정된 재정법(시행령 제80조와 제81조)에는 계약, 입찰보증이 최초로 규정됩니다. 이는 1965년 예산회계법 개정으로 현금외 보험증서, 보증서 등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여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이후 건설보증은 1957년 경인국도 포장공사 준공식에 참석한 이승만 대통령의 지시로 하자보증을 편입하게 됩니다. 준공식에서 확인된 하자 때문에 당시 이대통령은 모든 공공공사에서 공사비의 10%를 하자보증금으로 예치하도록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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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국내의 건설보증은 시공연대보증인 제도를 비롯해, 선급금보증,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공사이행보증으로 확대됐고, 2010년대에 들어 이른바 건설산업참여자를 위한 보증을 검토 도입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보증공급 역시 자조적(self-helped) 공제단체, 전업보증기관 등이 맡으면서 하나의 보증시장을 형성, 발전시켜 왔습니다. 한편 IMF 외환위기 이후 국내 건설부동산 시장이 민간재원을 중심으로 한 민간투자로 재편되고, 특히 PF(프로젝트 파이낸스)에 기한 자금조달이 동원되면서 금융과 건설부동산 사업의 연계를 보증하는 신용보강 상품이 건설부동산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로 부각됩니다.

건설·부동산 산업의 안전판으로서 위험관리 수단, 방식의 혁신이 요즘 자주 언급됩니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현재도 변화의 순간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김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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