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장관도 “도급 위주서 벗어나자”
‘투자개발형’ 전체 5%도 채 안돼
도급공사 위주의 해외건설 수주에서 벗어나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해외건설에서 도급형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제시한 올해 해외건설 수주 목표액 400억 달러 달성을 위해서는 정책금융지원 여건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수주액 중 ‘개발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4.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모두 ‘도급형’으로 95% 이상을 차지한다. 개발형 비중은 지난 10년간 10%대 안쪽을 벗어나기 힘들었다. 1~8% 내외를 오가다 2021년 10.1%를 기록한 뒤 다시 2022년 3.3%, 2023년 4.4% 수준으로 추락했다.
정부, PPP사업 진출 위해 지원방안 마련했지만
자금 리스크가 최대 걸림돌… “정책자금 지원 커져야”
기존에 해외건설 업계에서 추구하던 도급방식은 발주처가 사업 발굴·개발, 금융조달, 운영관리 등 프로젝트 전반을 관리하고 건설업체가 EPC 등 단순 시공 부문만 담당한다. 반면 투자개발형은 사업 참여자가 소요되는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부담하고, 발생하는 손익을 지분에 따라 분배해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사업 방식이다. 투자개발형 중에서도 특히 PPP(민관협력사업) 사업은 민간이 공공기반시설에 대한 투자·건설·유지보수 등을 수행해 수익을 얻고, 정부는 세금 감면과 일부 재정을 지원하는 구조다.
도급위주의 사업은 건설사 입장에서 초기 투자 비용이 들지 않지만 최근 위험요소가 커졌다. 발주처인 저개발국의 재정상황이 열악할 경우 공사비를 지급받지 못할수도 있고, 최근에는 중국과 튀르키예 등 주요 신흥국과 수주 경쟁이 심화돼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6일 해외건설 관련 타운홀미팅에서 “정부의 해외건설 지원에서 도급 국가로부터 미수금을 받는 일이 큰 부분”이라며 “도급 위주의 사업에서 우리가 직접 사업을 계획·설계해 필요한 국가에 제안해 온전히 이끌어간다면,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6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해외건설 관련 타운홀 미팅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대형 건설사들도 최근 들어 공기업(공공기관)과 함께 PPP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6월 개통한 카자흐스탄 ‘알마티 순환도로’는 SK에코플랜트와 한국도로공사가 PPP방식으로 수주해 시공, 운영 중이다. SK에코플랜트는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대주단과 함께 ‘영국 실버타운 터널 사업’도 진행 중이다. 현대엔지니어링도 ‘폴란드 폴리머리 폴리체 PDH/PP 프로젝트’를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를 통해 PPP 방식으로 추진했다.
다만 이 같은 수주 성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국내 건설사는 투자개발형 프로젝트 참여에 소극적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도급형은 이미 발주처에서 사업을 하기로 결정된 상태에서 입찰공고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짧고 리스크도 적은데, 투자개발형 방식으로 하기엔 우리 건설사들이 외국의 디벨로퍼처럼 자금이 풍부하지 않다보니 선뜻 먼저 투자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래서 KIND나 한국수출입은행 등 ECA(수출신용기구)의 자금을 이용해 공동투자 해야 하는데, 그렇다보니 10개 프로젝트 중 한 개도 (투자개발형으로)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해외건설이 단순 수출에서 벗어나 PPP방식의 프로젝트 등을 통해 고부가가치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금융지원 여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건설사들의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정부 자금을 기반으로 한 펀드 조성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문인력 양성을 통해 장기적인 사업 추진 환경을 확보해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화랑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여전히 도급형 비중이 월등히 높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기업과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역량 결집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오은선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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